국화 3백 억 송이 갈아엎은 사연은? _잉크 슬롯 양면 복사기_krvip

국화 3백 억 송이 갈아엎은 사연은? _유명한 도박장_krvip

<앵커 멘트> 국화 3백억 송이, 상상이 가시나요?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던 국화 축제가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두고 무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끝없이 펼쳐진 국화의 향연. 꽃내음에 취한 관광객들은 꽃보다 더 화사한 웃음꽃을 피웁니다. <현장음> "꽃 참 좋다. 냄새가 여간 좋네요." "이거 가져가셔서 베개 속에 넣으셔도 좋고, 차를 만드셔도 좋고..." 민간단체가 주관한 이 축제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은 지난해에만 120여 만명. 축제가 열렸던 전라북도 고창군이 주관한 나머지 7개 축제에 온 관광객 수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다시 찾아온 국화의 계절.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많던 국화가 올해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뿌리를 드러낸 채 나뒹구는 국화, 일부는 바싹 마른 채 내버려져 있습니다. 무려 300억 송이가 마구 훼손된 겁니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국화 옆에서란 시비도 포크레인으로 밀려 넘어진 채 이렇게 6개월째 방치된 상태입니다. 왜 이런 일을 벌어졌을까. 축제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국화밭으로 몰려듭니다. 공공근로 인력까지... 3백여 명이 국화를 캐내기 시작합니다. 포크레인까지 나서 아예 국화밭을 갈아엎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지역 일대에 개발 계획이 세워진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초 축제를 허가했던 땅 주인들이 땅값이 크게 오르자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고 급기야 "국화를 수거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재판에서 땅 소유주들이 이기자 국화 처분을 군청에 의뢰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고창군청 공무원 (음성변조) : "군에서 (국화를) 좀 치워달라고 공문을 우리에게 보내준 것예요. 토지주조합에서 우리 대신 치워달라. 그래서 우리가 한 것이예요." 군청 측의 조치로 꽃 구경으로 하러 먼길을 나섰던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정숙(전북 전주시 평화동): "어르신도 모시고 왔는데 실망감을 안겨드려서 좀 죄송스럽죠. 제가. 제가 말씀드려서 가시자고 했는데..." 주최 측은 개인간의 분쟁에 공무원들이 끼어들어 축제를 무산시킨 데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정원환(고창국화축제위원장): "키우고 또 키웠는데 축제 하루 앞두고 공권력에 의해서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잠을 못자고 너무 고통스럽고 괴롭습니다." 군청 측은 그러나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김영춘(고창군청 문화홍보과장): "11월 말 경에는 기공식을 가지려고 합니다. 국화가 있으면 기공식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부득이 철거를 저희들이 했습니다." 해결책을 찾기는 커녕 양측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사이 애꿎은 국화, 또 어렵게 지역 축제를 찾은 관광객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KBS뉴스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