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는 은행의 ‘봉’…서민들 뿔났다_입금을 해야 해_krvip

CD연동대출 사용않는 기업들만 금리인하 혜택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CD금리 연동대출을 이용한 개인 고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CD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높게 유지된 탓에 내 귀한 돈이 내지 않아도 되는 이자 형태로 허투루 빠져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CD금리가 가계대출의 절반가까이 연동돼있어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시장금리가 비교적 잘 반영되는 금융채 연동대출을 많이 이용한 기업 고객들은 하락하는 시장금리의 덕을 볼 수 있었다. 22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 5.98%였던 신규 기업대출 금리는 올해 5월 5.74%로 0.24%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5.46%에서 5.51%로 오히려 0.05%포인트 뛰어올랐다. 변동금리 기업대출 상품은 상당수가 금융채 등에 연동돼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한다. 이 기간 금융채는 0.18%포인트, 회사채는 0.47%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비해 가계대출은 절반 가까이 CD금리에 연동돼있다. 이 기간 CD금리는 3.59%에서 3.54%로 불과 0.0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은 가계보다 대출을 길게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CD 연동대출보다 금리 변동주기가 긴 금융채 연동대출을 선호한다. 금융채 연동대출은 대부분 금리 변동주기가 6개월이나 1년으로 긴 편이다. 이에 비해 CD금리 연동대출은 대부분 3개월 주기로 금리가 바뀐다. 대출 고객뿐 아니라 예금 고객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CD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는 뚝뚝 잘 떨어졌다. 정기예금 역시 주로 은행채를 기준금리로 하기 때문에 CD 연동대출보다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7월 3.79%에서 올해 5월 3.64%로 0.15%포인트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D금리 논란이 짬짜미에 의한 것이든 당국의 감독 소홀에 따른 것이든 금융권에 대한 고객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CD금리가 수년간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식물금리'였는데도 금융권이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직후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에 소송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빗발친 상황은 이런 불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의전화를 받느라 전쟁을 치렀다. 대부분 CD금리 조작 조사와 관련해 `사기당한 기분'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과점 형태이다 보니 소비자 불신을 사고 있다며 CD금리를 대체할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원은 "과점은 항상 그런(짬짜미)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가 암묵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CD금리가 작년 하반기 이후 시중금리 하락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가계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등 대안이 될 지표금리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