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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주민 : "선거 때 있지 않습니까? 우리 주민보다 외지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전부 다 차를 타고 들어오더라고요. 투표하러 왔더라고요. 아파트 딱지를 팔아먹은 거죠."

<녹취> 주민 : "내가 폭탄이라면 터트려 버립니다. 다 쓸어 버려야해요. 정말 여기 구룡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사니 정부에다 권유를 해서 자기가 앞장을 서야 되는데 사기 치면 됩니까?"

<녹취> 주민 : "관에서 일방적으로 철거하려면 옛날에는 주민들이 서로 도와주는 차원에서 못하게 막았거든요. 근데 이제는 그게 아니에요. 오히려 동네 사람이 동네 사람을 철거한다는 것은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앵커 멘트>

이곳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에 마지막 남은 집단 무허가 판자촌입니다.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정비사업에 내몰린 철거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추진되면서 아파트 입주권인 이른바 '딱지' 장사 등 갖가지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외딴 섬 구룡마을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대모산과 구룡산 사이에 자리잡은 구룡마을.

쓰러져가는 판잣집이 미로같은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허리가 아파 제대로 앉기도 힘든 진씨 할머니는 이곳에 자리잡은 지 25년이 됐습니다.

<인터뷰> 진복득 구룡마을 주민 : "없는 사람들이 다 들어왔죠. 있으면 안들어 오지. 집도 없으니까. 바깥에 있으면 전세 비싸고 사글세 비싸고 행여나 집이나 하나 줄까 싶어서 다 그래서 온거지."

구룡마을은 한때 거주민이 3000세대를 넘었지만 개발이 추진되면서 지금은 1200여 세대로 줄었습니다.

강남구는 거주민 이사나 사망 등으로 빈집이 생기면 출입문을 막아 폐쇄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완철(서울 강남구 계장) : "이 분이 저번 달에 돌아가셨습니다.다른 분이 여기 침입이나 주거하지 못하도록 저희가 관리를 하기 위해서 공가 폐쇄를 합니다. 이분들이 여기에 거주하면 나중에 이주대책으로 해서 보상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최근 구룡마을에선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구룡마을 주민인 김모 씨.

김씨는 친구와 함께 지난 2002년부터 개발을 미끼로 외지인 43 명에게 아파트 입주권인 이른바 '딱지'를 팔았습니다.

<인터뷰> 김모씨(아파트 입주권 브로커) : "개발업자하고 같이 일을 하는 회장님이 계세요. 개발에 필요한 로비자금이나 운영자금이 필요하니까 힘 좀 써달라니까 그분이 또 저한테 부탁을 해서 제가 모집을 하게 된 거고요."

수천만 원에서 시작한 딱지 값은 개발 소문이 돌면서 2006년 무렵엔 2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브로커 : "개포동 12평 12-13억 원 가는데 여기는 30평대 아파트, 전용면적 25.7평이 주어질건데 몇억을 받아도 싼거다 그러면서 갈수록 점점점점 늘어난거예요."

김씨는 이렇게 판 딱지 값 34억 5천만 원 가운데 29억여 원은 현찰로, 나머지 5억여 원은 은행을 통해 구룡마을 주민자치단체 회장인 유 모씨가 지정하는 사람들에게 송금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브로커 : "중간에 일이 잘못되면 투자자들 보호해야 하니까 현금으로만 가져 와라. 그래서 현금 보따리를 항상 차에 싣고, 유 회장이 딱 와서 차 속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보따리 들고 가서 실어주고.."

아파트 입주권을 구입한 외지인들은 마치 구룡마을 거주민인 것처럼 구룡마을 거주실태 조사서에 세대주로 기록됐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입주권 구입자 :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거기서 사진을 다 찍었어요. 서류를 구청에 다 옮긴다면서. 지금 저 사무실 있잖아요. 저도 사무실 가보고 다 했어요. (유 회장 사무실 가보셨어요?) 그렇죠. 그 사람 얼굴도 다 알고..."

실제 확인해보니 딱지 구입자들은 대부분 존재하지도 않는 판잣집 세대주로 둔갑했고, 심지어 실제 거주자 대신 세대주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1989년부터 이곳에 살아온 은 모씨의 무허가 주택에는 5천만 원을 주고 딱지를 구입한 이 모씨가 세대주로 올라 있습니다.

<인터뷰> 은00(구룡마을 주민) : "엄마 여기서 돌아가셨지, 마누라 여기서 죽었지, 애 저렇게 돼 버렸지. 나는 뭐 혼자 이렇게 돼 있는데, 이렇게 건드린다면 어딘가 뭔가 불행한 일이 생기는 거는 당연한 거예요."

주민자치회장인 유모 씨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구룡마을 개발 방식 등을 놓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반대파 주민들'의 모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유00(주민자치회 회장) : "저는 딱지를 판 적이 없습니다. 증거를 하나라도 갖다 대야지 다른데서 판 걸 왜 저한테 씌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돈을 빌려서 썼는데 그것도 모함하기 위해서 저를 사기로 고발했다가 사기가 안되고 배임으로 해서 제가 처벌을 받았는데요."

아파트 입주권 외에 또다른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활동한 장모 씨는 구룡마을 외곽의 산림 곳곳을 고의적으로 훼손한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잡목은 제외하고 소나무 등 주요 침엽수에 대해 약물을 투입하거나 톱으로 베어냈다는 증언입니다.

<인터뷰> 장00(구룡마을 주민) : "땅을 파고 소금을 땅에 묻거나 무슨 약품인지 나무에다 직접 주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무가 죽는 기미를 보이니까 포크레인으로 밀었어요."

유 회장이 구룡마을의 민영개발을 추진해 온 대토지주 정모 씨의 토지를 관리하고 있는데 개발 면적을 넓히기 위해 산림훼손을 지시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구룡마을 주민 : "유 회장이 장청년회 회원들을 동원해서 산을 아예 벌목을 했어요. 그 땅이 정00씨 땅이기 때문에 개발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그런 머리를 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몰래 많이 올라가서 작업을 했죠."

자치회장 유씨는 벌목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훼손이 아닌 정리였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유00(주민자치회 회장) : "토지주가 매입을 해서 우리에게 관리를 맡겼어요. 이것을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개발됐을 때 주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 토지를 관리하면서 깨끗하게 정리를 해 놓은 거예요. 우리는 사유지의 토지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불법이 아니거든요."

토지주인 정모 씨는 지난 1997년 주민단체와 협약을 맺고 구룡마을의 민영개발을 추진해 왔던 개발업잡니다.

그는 2002년 이후 구룡마을 일대 공원 녹지 등 9십여 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땅을 집중 매입해 이 일대 최대 지주가 됩니다.

정 씨가 구입한 땅은 구룡마을 외곽을 빙 둘러싸고 있어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전체 개발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이 가운데 임야 6천여 제곱미터의 경우 정씨가 돈을 대고 주민단체 회원 등 2백여 명이 33제곱미터씩 공동 소유하는 형식으로 매입했습니다.

민영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25평형 아파트를 주기로 약속하고 이 약속 담보로 주민들에게 땅을 사 준 것입니다.

<인터뷰> 임승환(대토지주 대리인) : "뭔가 당근을 줘야 협조를 하잖아요. 세대수가 너무 많아서 최소한 본전이 될 수 있는, 그래서 우리의 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입장에 와야 된다는 거죠. 세대수를 줄이라고 말씀드렸어요. 마을사람들 한테."

3천여 세대를 넘었던 거주민들이 천2백여 세대로 줄어든 데는 정 씨로 부터 땅을 받은 주민단체 회원들의 주도적인 개입이 있었습니다.

땅을 받은 이들이 적극 나서, 개발에 반대하거나 마을에 들어온 거주민들을 쫓아내다시피 하며 마을 정리를 했던 것입니다.

<인터뷰> 구룡마을 주민 : "10평씩 주니까, 10평씩 해주면 진짜로 아파트를 주나 보다 해서 동네사람들이 동네사람들을 철거한다는 것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주민들을 이용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재까지 이뤄진 것도 없고.."

정씨 측은 주민단체 회원 등 민영개발 동조자들을 모아 강남구에 네 차례나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구룡마을 개발문제는 그 때마다 논란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서울시가 정리를 했습니다.

민영이 아닌 공영 방식 개발, 시행사는 SH공사.

이로써 민영개발을 할 때 붙게될 과도한 특혜 논란은 사라지는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구룡마을 개발에 일부 환지 방식이 포함되면서 특혜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인가권자인 서울 강남구는 토지주들의 땅을 수용하면서 금전으로 보상하지 않고 비슷한 가격의 땅으로 돌려주는 환지 방식에 대해 반대합니다.

이 방식은 토지주들이 환지를 자유로이 개발할 수 있어 민영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특정 소수에게 엄청난 개발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신연희(서울 강남구청장) : "일부 주민은 집을 지어서 민영아파트를 준다고 대토지주와 신탁 원부에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 방식으로 개발돼서 민영 일부 그리고 나머지 세대가 임대주택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주민들 간의 마찰이 대단하리라 생각합니다."

환지 방식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구룡마을 최대 토지주인 정 모씨의 개발지역내 토지보상 추정가는 1300여억 원.

개발이 힘든 공원녹지 등을 346억 원에 사들여 10년 만에 세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셈입니다.

강남구는 서울시의 환지방식 채택 과정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인가권자인 구와 협의 없이 개정된 도시개발법 시행에 맞춰 새로운 환지방식을 채택했으며, 구룡마을 주변 산림훼손 지역으로까지 개발면적을 넓히는 등에 불법 로비의혹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신연희(서울 강남구청장) : "지방선거때 대토지주가 저한테 돈을 가지고 왔습니다. 거액을 가지고 왔는데 저 이런 거 안받습니다. 그랬더니 열사람 명의로 저한테 후원 통장으로 거액을 들여놨어요. 이런 것 등으로 미뤄 봐서 불법 로비를 저한테만 했겠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씨 측은 이 모두를 부인합니다.

<인터뷰> 임승환(대토지주 대리인) : "최초로 불법 거주민들하고 토지주들하고 사업주하고 협심한 사업으로 이 사업을 봐줘야한다는 거죠. 국가도 못했던 일을 민간인이 해줬으면 민간인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고.."

서울시는 환지보상 비율을 최대한 낮춰보겠다고 했지만 환지보상 자체를 철회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현금보상을 해줄 돈이 부족하단 속사정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보(서울시 도시정비과장) : "주거환경을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작동이 안될 거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복잡한 권리 관계하고 토지 문제, 주변과의 관계, 이런 걸 해결하려면은 일부 환지는 필요하다..."

30년 가까이 수도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는 구룡마을.

비가 새고 바람이 들이쳐도 인정만큼은 따뜻했지만 개발 바람 앞에서 그마저도 싸늘해졌습니다.

<인터뷰> 구룡마을 주민 : "인정이 있고, 없어도 선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는 좋았어요. 25.7평 아파트를 준다고 해서 그때 동네가 엄청 혼란스러웠어요. 싸움도 일어나고 했어요. <구룡마을 주민>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해외원정 골프야 뭐. 그건 다 판잣집 사는 주민들을 이용한 착취이지 않았나... 오죽해야 우리는 구룡나라라고 하죠. 그 사람은 왕이고..."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구룡마을의 화장 안 한 민 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