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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위험'이나 '경고', '안전'하면 떠오르는 색깔입니다. 검정색같은 어두운 색과 있으면 대비가 잘 돼, 눈에 잘 띕니다.

세계 대부분의 어린이 통학버스가 노란색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로 위 아이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한다는 사회적 약속인 셈입니다.

■ 어린이 안전지대 '옐로카펫' 확대…전국 2,000여 개

초등학교 주변에 삼각형 모양의 옐로카펫이 설치돼있다.
최근 초등학교 주변 도로에 삼각형 모양의 노란색 구조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 ‘ 옐로카펫(Yellow Carpet)’입니다.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는 이를 쉽게 확인하도록 바닥과 벽면을 노랗게 표시한 겁니다.

옐로카펫 설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제안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나서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 6월 '옐로카펫 제작 및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지난해부터는 교육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옐로카펫 2,000여 개가 설치됐고, 내년까지 1,000여 곳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옐로카펫의 핵심은 ' 시인성'입니다. 날이 흐려도, 비가 와도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행정안전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도로 바닥에 표시된 노란색(예를 들어, 중앙선)보다 옐로카펫의 노란색 반사성능을 높게 조정해도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 점자블록 노란색인 이유? 시각장애인 90%는 빛 감지할 수 있기 때문

기존 보도블록과 대비되는 노란색 점자블록을 따라 걷고 있는 시각장애인.
노란색은 시각장애인의 '눈(眼)'이자 '길(路)'이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빛 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은 전체 시각장애인 250,000여 명 가운데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중증도가 가장 심한 전맹 1급 중에서도 빛을 감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오돌토돌 튀어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랗게 칠해놓은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흰 지팡이가 없어도 이런 노란색 블록을 따라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온통 노랗게 칠해진 '옐로카펫' 위에서 길을 잃었어요"

노란색은 어린이에게도, 시각장애인에게도 '안전'한 색깔인데요.

하지만,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옐로카펫이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점자블록은 다른 바닥재와 색깔 대비가 명확해서 시력이 낮아도 시각장애인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건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져있는 구간을 맞닥뜨리게 되면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시각장애 1급인 임조성 씨는 "노란색 점자블록만 따라 걷다가 갑자기 온통 노란색이 보여 당황했다"라며 "기존 보도블록과 대비되는 색 때문에 노란색이 보이는 건데, 구간 전체가 노랗게 칠해져 있어서 점자블록의 의미가 없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임조성 씨 는 “온통 노란색인 옐로카펫 구간에서는 흰 지팡이를 꺼내야 한다”라고 전했다.
■ 설치도 제각각…옐로카펫과 점자블록 구분 방안 시급

옐로카펫 설치 가이드라인도 있지만, 현장마다 설치된 모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취재진이 강원도 춘천 일대에 설치된 옐로카펫 5곳을 둘러봤더니, 유일하게 1곳만 점자블록이 옐로카펫과 분리돼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구분 없이 노란색으로 모두 칠해져있었고, 심지어 점자블록을 아예 없앤 곳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 설치된 옐로카펫. 점자블록과 구분 없이 노랗게 칠해져 있거나, 점자블록을 아예 없앤 곳도 있다.
시각장애인과 전문가들은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을 구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서신초 안과 전문의는 "노란색은 빛의 파장이 길어서 어두운 곳이라든지 시야가 불명확한 곳에서 눈에 잘 띄는 색깔"이라며, "대비되는 효과로 노란색을 구분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옐로카펫이 혼돈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정현 강원도시각장애인연합회 과장은 "어린이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점자블록과 옐로카펫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옐로카펫과 점자블록이 분리되어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옐로카펫 설치를 할 때, 유관기관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개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