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브렉시트가 만든 영국 정가 풍속도_아그푸테볼 내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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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5월 30일 런던 로햄턴의 한 행사장에서 낯선 풍경이 만들어졌다. 금발 머리에 언제봐도 말쑥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전형적인 이민자 외모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이 친분을 과시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캐머런 총리는 칸 시장을 '자랑스런 무슬림'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주변인들을 어리둥절하게 까지 했다. 현재 영국 정치권의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제외하고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왜 갑자기 이처럼 친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캐머런 총리는 런던 시장 선거 당시 칸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됐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정치적 공세를 가하기도 했는데... 실제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다.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 칸 시장은 노동당 소속이다. 캐머런 총리는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고 부모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상속도 받았다.(최근 아버지인 이안 캐머런이 조세회피처에 역외 펀드를 운영해 왔고 일부를 상속해 주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반면 칸 시장은 공공주택에서 살면서 공립학교를 다녔고 신문배달과 공사 현장을 전전하다가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아버지는 버스기사,어머니는 재봉사였다. 입지전적인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지금 절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저지가 그 것이다. 영국이 유럽연합 EU에 잔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국민투표가 6월 23일로 다가온 가운데 캐머런 총리와 칸 시장이 '잔류'의 한 배를 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캐머런 총리가 띄운 '잔류'의 배에 칸 시장이 올라 탄 셈이다. 물론 각자의 정치적 셈법과 속내는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월동주'라고 해야 하나. 어찌됐든 출신 성분도 배경도 너무나 다르고 얼마 전까지 공세를 주고 받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것이다. 반대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영국 보수당은 현재 내전중이다. 역시 브렉시트 논란을 두고서다. 브렉시트 논란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캐머런 총리와 칸 시장을 하나로 묶어 놓은 반면 찰떡궁합 보수당 인사들을 두 쪽으로 갈라 놓았다. 잔류해야 한다는 쪽은 캐머런 총리가 이끌고 있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뒤를 받친다. 탈퇴해야한다는 쪽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선두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프리티 파텔 고용장관 등이 뒤따른다. 현재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누고 있는 캐머런 총리와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은 사실은 '절친'이었다. 존슨 전 시장이 2살 위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캐머런 총리가 선배이다.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학 동문으로 고위층 자제들의 비밀 사교모임 '벌링든 클럽' 회원이기도 했다. 졸업 이후 존슨 전 시장은 기자로, 캐머런 총리는 정치권으로 첫 발을 내디딘 뒤 보수당에 합류해서는 줄곧 같은 정치 노선을 걸어왔다. 지난해 말에는 캐머런 총리가 존슨 시장을 외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두 사람 사이는 지난 2월 갈라졌다. 존슨 전 시장이 캐머런 총리에게 EU 탈퇴 지지를 하겠다고 문자로 통보하자 캐머런 총리가 격노했다고 한다. 보수당내 두 거목 사이에 불꽃이 튀기 시작하면서 외환 시장에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와 존슨 전 시장은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6월 23일 잔류냐 탈퇴냐를 묻는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도 크게 엇갈릴 것이라고 한다. 잔류로 결정되면 캐머런 총리가, 탈퇴로 결정되면 존슨 전 시장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고 한다. 바꿔말하면 둘 중 한 명의 정치 생명은 회복 불가능의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가보다. 대의명분과 이해득실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정치적 현실...브렉시트 논란이 가열 될 수록 영국 정치권도 정치권 본연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