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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11년, 올해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장애인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습니다. 언론들은 장애인 문제와 관련한 기획 기사들을 연달아 쏟아냈고, 일부 관련법이 개정되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장애인들은 늘어나고 있는 보도들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장애인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최광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 된 김동림 씨. 20여 년 가량을 경기도 김포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보낸 김 씨는, 최근 독립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심이었지만, 시설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해마다 이맘 때 쯤 반짝 늘어나는 주변의 관심이 김 씨에게는 오히려 마음의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김동림 : “연말 같을 때는 이제 11월 말쯤 돼가지고 그 때부터는 많이 와요. 그래서 내가 속으로 어휴 저 사람들 또 사진 찍으려고 왔네, 그래요.” 연말을 맞아, 기업을 비롯한 각종 단체가 장애인 봉사활동을 벌였다는 내용의 기사들입니다. 하나같이 장애인에게 선물을 주거나, 장애인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봉사활동을 왔더라도, 장애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태도 때문에 자신이 홍보를 위해 동원됐다는 느낌이 컸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동림 : "그냥 편안하게 있다가 커피도 마시고 그렇게 하면 좋은데, 꼭 굳이 와서 꼭 목욕했다고 해서 사진 찍고… 그러는 게 너무 싫어서 내가 그 사람들 보고 그랬어요. 이렇게 와서 봉사해주고 뭐하는 건 좋은데 꼭 사진 찍어야 되냐고요. 그러니까 자기네들도 위에서 시키는 거니까 이렇게 한다고….” 김씨는 자립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얻는 공간은 대부분 신문과 인터넷. 하지만 때때로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보도나 용어를 볼 때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는 불쾌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인터뷰>김동림 : "시각을 동정으로 많이 봐요. 장애인들 꼭 도와줘야 될 대상이다. 그런 식으로만 얘기해서 일반 비장애인들이 이상한 눈으로 봐요. 장애인들 그런 식으로 보지 마. 우리도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생각하는 거 똑같은 사람이고 한데..."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 부족은 언론의 일상적인 보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장애인의 반대말로 '비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을 사용하는 경웁니다. <녹취> KBS 아침뉴스타임 (9.19 뉴스따라잡기) : “지적장애인인 31살 정 모씨는 이곳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 정상인도 하기 힘든 염전 일.” <녹취> 국민 (10.3/ 23면) : "사설 정상인도 아닌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이런 표현에는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습니다. 장애인과 관련이 없는 보도에서도 장애를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녹취> 중앙 (12.12/ c02면) : "올 수능에선 절름발이 성적을 받은 수험생들이 많아졌다." <녹취> 조선 (11.18/b03면) : "금소원이 이렇게 절름발이 기구가 된 이유는 금감원이 금소원 설립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쓰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키우는 표현들입니다. 이런 표현을 막기 위해 영국의BBC와 일본의 NHK 등에서는 자체 규정을 통해 장애인 관련 표현을 최대한 냉정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BBC 편성 가이드라인 : "프로그램에서 ‘~가 불구인’(Crippled with) 또는 ‘~의 희생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한 사람’(a person who has)이라고 쓰도록 한다. ‘휠체어에 의지’(Confined to a wheelchair)하는 사람이라는 표현 대신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쓰면 된다." 국내에서도 KBS가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을 통해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문제집단으로 연상시킬 수 있는 표현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 일부 언론에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 사무국장) : “인터넷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거 가지고 인터넷 장애 생겼다, 어디에 사이트에 장애가 생겼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해요. 이런 이미지가 어떤 또 다른 장애인은 그럴 수 없는 사람, 문제 있는 사람, 할 수 없는 사람 이런 이미지로 고착화시키는 것도 만들 수가 있어서….” 비록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정신 씨는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평범한 40대 여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주변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는 대신, 힘든 장애를 극복해 낸 특별한 사람으로 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터뷰> 이정신 (뇌병변장애인) : "장애인에 대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면이 많이 있어요. 당연히 사는 건데, 그냥 일반적으로 똑같이 사는 건데 그걸 너무 부각시키거나 이런 것들이 너무 싫어요. 제가 지금 마흔 셋인데, 따로 살고 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서.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엇 장애인인데,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대단해... 이것 참 당사자한테나 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싫어요."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언론 보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성공담이 다뤄질 경우, 성공한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비춰지게 하는 표현이 일반화 돼 있습니다. <녹취> SBS (6.28/ 8뉴스 유영수 특파원 /앵커멘트) :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4개 국어를 익힌….” 경향 (5.18) ‘한국의 호킹’ 교통사고로 얻은 전신마비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들을 언론이 반복해 사용하면서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강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송종길 9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뉴스에 나타나는 장애인의 모습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쉽게 접하지 못하는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나타나는 모습은 역경을 딛고 성공적인 장애인의 모습이라든지 아니면 사건 사고에 연루된 장애인 뉴스들 이런 것들이죠." 일반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문제겠지만 장애인들에게 느껴지는 피해감은 무척 클 것입니다. 장애인 문제 관련 토론회가 열렸던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장애인 전문 신문, 에이블 뉴스의 정윤석 기자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정 기자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취재원들은 대부분 장애인들입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불만은 기성 언론의 기자들이 장애에 대한 잘못된 용어들을 검증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정윤석 (에이블뉴스 취재기자) : "지적장애에 대한 용어... 그게 2, 3년 전부터 변경돼서 사용되도록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 자료를 보고 그냥 쓰시니까. 정신지체로 그냥 쓰시겠지만 지적 장애가 맞는 표현이거든요. 적어도 어떤 용어를 쓰고 있고 15개 장애 유형은 어떻게 돼 있고 기본적인 관심이 있다면 글을 쓴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은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 글을 써야." 장애인은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언론의 기본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게 정 씨의 생각입니다. 감상적인 접근 때문에 오히려 제도적, 구조적 문제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윤석 (에이블뉴스 취재기자) :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려고 해야지, 그 사람에 대한 동정, 시혜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아요. 객관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자제를 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고요.” 언론들이 기사에서 귀머거리, 장님 등 장애인 비하 표현을 거리낌 없이 써왔던 게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언론이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런 말들이 좀 더 익숙하게 다가서 있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남아있는 편견들이 여전히 장애인들에게는 쓰라린 멍에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작은 실천을 언론이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