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안과의 ‘수상한’ 백내장 진료…환자들만 ‘분통’_포커 토너먼트 사진 레이아웃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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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흐려지고 눈이 침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의심해볼 만한 질환이 바로 '백내장'입니다. 눈 안에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건데, 수술은 탁해진 본인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에선 한 해 55만 건의 백내장 수술이 이뤄질 정도인데,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울상인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정상적인 노화 과정? 수술이 필요한 백내장?

취재진은 50대 남성의 동의를 얻은 뒤 이 남성과 동행해서 한 안과에 들러봤습니다. 이 남성은 안경을 쓴 지 30년이 넘었고, 현재는 운전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보거나 책을 볼 때 가끔 눈이 침침해지고 번지듯 보이는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검사들을 마친 뒤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겪은 증상을 설명하니 "원래 지금 나이 때는 다 그렇다", "다른 질환 같은 건 없고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받으면서 안경 도수만 잘 조절해나가면 된다"고 말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서울의 또 다른 안과를 찾았더니, 이 의사의 말은 사뭇 달랐습니다.

"이미 백내장도 와 있거든요. 이제 말씀드렸듯이 이게 백내장이랑 노화는 같이 가는 거고요. 결국 계속 나빠지게 돼 있어요. 그래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거고. 백내장이랑 근시, 난시도 한꺼번에 하는 거예요. 백내장 이거는 수술 말고는 방법도 없어요."

뒤이어 안내받은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수술 경력부터 추천 렌즈의 비용까지 수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2016년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약관상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병원에서 관련된 서류를 다 준비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안과,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다고 보험사들이 주장합니다. 한 보험사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실손보험금 청구 금액을 집계해봤더니 이 안과에서만 약 20억 원이 나왔습니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5억 7천만 원 정도인데, 다른 안과 의원급 평균 실손보험금 지급액과 비교했을 때 34배 많고, 의원급 전체로 넓혀보면 500배 이상입니다.

백내장 진단부터 수술과 보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다른 안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많은 실손보험금 지급액까지.... 해당 안과가 과잉진료로 수술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 과잉진료 의심에…지급 심사 까다로워진 보험사들

비단 이 안과 한 곳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입니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심지어 환자를 병원에 알선해 주는 중간책을 끼고 환자를 모아 수술을 진행하는 수법도 알려졌는데요, 보험사들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정말 백내장 진단을 받은 게 맞는지, 혹시 시력 교정 같은 목적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한 건 아닌지 더욱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한 겁니다.


2018년부터 지난 4년 동안 백내장 수술에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액수와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1분기에는 전체 실손보험금 대비 백내장 수술 보험금 비중이 12.1%를 기록했습니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줬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입은 셈이니, 손해를 줄이려면 결국 보험료를 인상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더 꼼꼼하게 지급 심사를 하려는 이유입니다.

금융감독원도 보험사들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입니다. 지난달 18일부터 백내장 보험사기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해 최대 3천만 원까지 추가 포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여기에 보험사고 조사 대상을 객관적으로 선정하자는 취지에서 5대 기본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가격이 비합리적이거나 과잉진료로 의심되는 기관이라면,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추가 검증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거나 의료자문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 사진 1장으로 백내장 판단? 추가 검증은 적절할까

물론 과잉진료나 보험사기에 연루된 병원들을 뿌리 뽑는 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병원들을 걸러내려다 병원 말을 믿고 백내장 수술을 한 애꿎은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겁니다.

올해 3월 백내장 수술을 한 50대 여성 강 모 씨도 이 가운데 한 명입니다.

강 씨는 병원에서 백내장 3단계 진단을 받고, 천3백만 원을 들여 수술했습니다. 이후 강 씨가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추가 서류를 요구했고, 강 씨의 동의를 얻어 의료자문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보험금을 줄 수 없다' 였습니다. 서류를 검토해보니 백내장 정도가 심하지 않아 수술이 필요했던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강 씨가 보험사에 제출한 세극등 현미경 검사지
강 씨가 보험사에 제출한 서류 중에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지'가 있습니다. '세극등 현미경'은 안과 의사들이 환자의 눈을 살필 때 쓰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 장비이고, 이 현미경으로 눈 안쪽을 촬영한 사진이 검사지에 포함됩니다.

보험사는 이 검사지와 소견서 등을 자신들이 자문을 받는 병원으로 보내고, 당시 수술을 결정한 병원의 진단이 적절했는지 확인합니다.

여기서 짚어볼 것은 검사지 하나만으로 백내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충분하겠냐는 점입니다. 한 안과 의사는 "의사는 세극등 현미경을 활용해 3차원으로 수정체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데, 이를 영상 장치로 뽑아낼 때는 화질이 떨어지고, 출력해서 사진으로 보게 되면 더 흐릿하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화질이 떨어지거나 흐릿한 사진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 불가'라고 판단을 내린다면, 보험사가 '일부러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기 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금감원에 민원 넣으세요, 그리고 소송 하시려면 소송하세요' 그냥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는데, 금감원은 또 '보험사랑 협의하세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죠." - 강 씨(백내장 수술 환자)

강 씨처럼 백내장 수술 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SNS에 모임을 만들었는데, 가입자가 700명이 넘습니다.

■ 보험사·금감원, 사전 권고 등으로 피해 막아야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다면, 보험 가입자는 적지 않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보험사나 병원을 상대로 싸우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요, 보험사나 금감원 차원에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들을 미리 알려주거나, 두 곳 이상의 병원을 비교해보며 신중하게 수술을 선택하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게 대안이 될 듯 합니다.

눈이 불편해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는 소비자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백내장 진단과 함께 시력 교정 등을 권유하는 병원에 방문했다면, 바로 수술을 결정하기보다 다른 병원도 방문해보면서 이중·삼중으로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또 수술 전에 앞으로 보험금 청구에도 문제가 없을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