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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나 조직에서 승진하려면 시험이나 연수가 필요한데요. 이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말 중등 교사 1천 40명이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듣기 위해 충남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육연수원을 찾았습니다. 이는 교육 경력이 3년 이상인 교사라면 꼭 들어야 하는 연수인데요. 교사들은 3주 동안 이어지는 연수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과목의 전문 강의를 포함해 인권, 성폭력 예방 교육 등 다양한 강의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방학도 반납하고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이곳에 모인 선생님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강의가 이뤄졌습니다.

교사 5백여 명이 연수원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홍채를 살펴보고 스킨십을 하라고?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오전 열린 '사람 블랙박스 건강 분석' 강의였습니다. 다소 난해한 제목의 이 강의는 사람의 홍채를 질병 진단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강의한 강사가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지식과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40대 전에는 에이즈 있는 사람하고 연애를 해도 에이즈가 안 걸려.
60대가 지나면 에너지가 떨어질 나이기 때문에 여자 손만 잡아도 성병이 걸려."

"남자 선생님들 잘 들어요. 여자 분과 노래방 가서 손을 잡고 싶으면 (상대방의)눈꺼풀을 들어봐."

"여성이 질병으로 수술하고 자궁을 적출하면 남자가 되는 거예요. 남자가 되고 싶은 사람?"


강사 이 모 씨가 홍채를 통해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한 발언 중 일부입니다. 이 씨는 취재진에 본인을 홍채연구소 소장이라 밝혔는데요. 취재 결과 이 씨는 의학과 무관한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 씨의 황당무계한 강의는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참다못한 교사 십여 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연수원 측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출결 관리가 어렵고 일부만 퇴실을 허용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강의는 중단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씨는 이날 오후 한 차례 더 강의를 진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
"제가 뭘 듣고 있는 건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당시 강의를 들었던 교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유명 교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무시당한 느낌이다', '집단 성희롱 수준이라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했다', '커리큘럼을 짠 실무자부터 결재한 원장까지 다 문책해야 한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문제가 된 강의뿐만이 아니라 일부 다른 강의도 수준 이하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연수원 측은 하루 만에 해당 강사와 함께 공식 사과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앞으로 교원 연수 과정에 해당 강의를 넣지 않겠다는 데 그쳐 빈축을 샀는데요. 이러한 부실 강의는 어떻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원 연수 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어제(7일) 오전 공주대 교원연수원에서 강사 이 모 씨와 연수원장이 공식으로 사과하는 모습
위탁 운영되는 교원연수…강사진 검증 허술

앞서 언급한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경우 국어나 수학, 영어처럼 선생님 수가 많은 과목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직접 교원 연수를 진행합니다. 물리나 가정, 체육, 한문 등 상대적으로 교원 수가 적은 과목은 연수 인원이 모이면 각 시도 교육청이 순번을 정해 연수를 진행합니다. 이번 연수는 세종시교육청이 주관하고 공주대 교원연수원에서 위탁 진행했는데요. 문제는 연수원에서 섭외한 강사진이나 만든 커리큘럼을 시도 교육청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시도 교육청이 연수를 위탁 후 관리에 손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연수를 받는 교사들에게 돌아갑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강사는 공주대 연수원장이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연수원장에게 섭외 기준과 배경을 물었더니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데 유익해서 초청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홍채학을 배우고 돌아간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홍채를 통해 성격과 고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주먹구구식 섭외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허술한 강사진 검증으로 '교원 역량 강화'라는 연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