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늦게 받는데 빈곤율은 늘지 않는다고?_포커 상 호세 두 리오 그러므로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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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개혁은 연금 '받는 시점 늦추는' 개혁이다

지금도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1998년 연금개혁의 결과다. 국민연금의 재정 지속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2013년부터 2033년까지 만 60세에서 65세로 5년에 1세씩 상향 조정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개혁을 해도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32년 뒤에 고갈되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정치적 역풍이 불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인 OECD에서나 더 늦추라고 권고할 뿐이다. 지난해 한국 전망을 발표하면서 OECD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을 2035년 이후에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 늦게 받으면 당연히 노인 생활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영국에선 그랬다. KDI가 앞선 연구 결과를 살펴보았더니, 영국이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상향하자 65세 시점에서 해당 세대의 빈곤율이 14%p 상승했다. 특히 취약계층(저학력 가구, 1인 가구, 월세 거주 가구)에서 빈곤율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호주에서도 비슷했다. 생애 소득이 낮은 계층은 장애연금이나 실업수당 같은 사회복지 의존도가 높아졌다. 당연한 결과다. 연금이 줄어드니, 더 일하려고는 하겠으나 나이가 많으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연금 수급연령 상향이 이미 진행 중이니 같은 상황 아닐까 싶지만 달랐다. 이번 KDI 연구결과는 '한국에서는 수급연령 상향했는데 해당 나이 가구소득은 늘었다, 빈곤율도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연금은 213만 원 줄었다, 대신 근로소득이 513만 원 늘었다

연구 대상은 연금 수급연령이 61세에서 62세로 높아진 시점에 해당되는 계층이다. 정확히는 1957년생의 연금 수급이 1년 늦춰졌다.

KDI 연구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연금은 223만 원 줄었다. 그러나 근로소득은 513만 원 늘었다. 연금은 못 받았지만, 일을 더 많이 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 재산소득이나 사적이전소득을 감안한 총 가처분 소득은 88만 원 줄었지만, 나이가 많아진 걸 생각하면 유의미한 감소는 아니라는 것이 KDI 분석이다.

빈곤율도 높아지지 않았다. 57년생의 절대 빈곤율은 -1.9%, 상대 빈곤율은 -2.9% 낮아졌는데, 연금이 줄지 않은 1956년생 가구주와 비교해보면 전혀 악화되지 않은 수치다.


세금은 더 많이 내고(가구당 연 83만원 증가), 연금 기여금도 더 많이 내니(21만 원) 정부 재정 차원에서는 1석 2조였던 셈이다.

■ 과잉 해석은 금물

-아직 국민연금 수급자가 많지 않은 연령대여서
-해당 연령이 비교적 젊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나라다. 공적 연금제도의 근간인 국민연금 수급자가 아직 많지 않은 연령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즉, 아직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해도 그 충격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연구 연령은 61~62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앞으로 64~65세로까지 수급 연령이 높여질 때도 같은 추세를 보이리라 확신할 수는 없다. 고령이 될수록 신체적 능력이 감퇴하고 노동시장에서 재취업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금 공백기에 '일을 해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나이가 들수록 축소될 수 있다.

■ 무엇보다, 아프면 충격은 커진다

전체와 부분은 다르다. 평균적으로 큰 영향이 없었더라도 피해가 집중되는 집단은 분명히 존재한다. KDI 연구에서는 '가구원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 경우'가 그 집단이다.


의료비 지출이 큰 가구는 근로소득을 줄이지 못했다. 의료비 지출이 작은 가구(57년생, 중위 수준 이하)에서 가구주 가구의 연간 근로소득을 (56년생 대비) 824만 원이나 증가시켰다. 그러나 부담이 큰 가구(중위 수준 초과)에서는 근로소득이 156만 원만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가처분 소득은 444만 원이나 줄어버렸다. 가구주나 구성원이 아프면 일 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병원비도 더 들고, 일도 못 하니' 이 집단에 연금 수급연령 상향은 '이중고'가 된다.

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할 때 이 집단을 위한 추가 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 덴마크는 74세까지 높인다...수급연령 추가 상향은 피할 수 없다

덴마크의 연금 수급연령은 앞으로 74세까지 높아진다. 2030년부터 2060년까지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기대수명과 연동시켰다. 68세에서 74세로 상향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도 70세 이상으로 높아진다.

OECD 평균은 이미 64.2세이고, 앞으로 대부분 65세 이상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62세 수준이고, 앞으로도 65세까지만 높아지게 설계되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우리보다 높여가고 있고, 우리의 연금고갈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니 추가 상향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은퇴 연령이 60세로 고정되어 수급과의 불일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직무급제로 변환해가면서 좀 더 길게 일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재취업도 활성화되어야 할 텐데, 여기까지는 당연한 (뻔한) 제언이다.

여기에 더해 KDI는 점진적 퇴직 제도와 부분연금 제도를 제안한다. 부분연금제도는 연금 일부만 조기 지급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회원국 중 10개국에서 점진적 퇴직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이 대표적인데, 기본연금액의 1/3, 1/2, 2/3에 해당하는 연금급여의 조기 수급을 수급자가 결정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연금을 받으면서 일도 하는 '점진적 퇴직기'를 완전한 은퇴기 앞에 두자는 이야기다.


우리도 연금 조기 수급은 가능하지만, 연금 일부가 아닌 전부를 조기 수급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점진적으로 일을 줄여가면서 수급 금액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김도헌 KDI 연구위원은 점진적 퇴직기가 도입이 되면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근로자는 경제활동후반기에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선호도에 따라서 근무시간을 조금씩 줄여가며 다양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비정규 일자리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다. "조기퇴직유인을 억제하고 연금 수급시점까지 노동시장에 잔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층 인력 운영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 "경기침체나 경영 악화가 발생하였을 때 인건비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근로자는 정규적 일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기업은 경제 상황에 맞게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