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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 "엑소틱(exotic)"

'엑소틱'은 '이국적인, 매혹적인, 스트립쇼의' 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혹시 또 다음과 같은 선정적인 문구를 보신 적이 있나요?

"화제의 신상!"
"맛! 멋! 향의 탄생"
"상쾌하게 체인지"
"변함없이 부드러운 맛"

이 문구들은 어떤가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시나요? 이들 모두 우리가 수시로 드나드는 편의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담배 광고 문구들입니다.


(사진제공 :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편의점은 'POP(Point of Purchase Advertisement:구매시점) 광고'로 도배돼 있습니다. 즉, 광고 상품이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구입되는 장소, 즉 소매점에서 구매시점에 하는 광고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게 담배광고입니다. 편의점 담배 진열대는 '파워 월(Power wall)'로도 불립니다. 담배 제품에 대한 광고와 판촉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편의점이 한 달에 담배 광고비로 담배회사에서 받는 돈은 한 곳당 30~70만원입니다. 운영 형태에 따라 150만원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추산하면 편의점 담배광고비만 한 해에 천5백억원에 이릅니다.

담배 광고는 지정 소매인의 영업소 내부에서 표시판이나 스티커, 포스터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업소 외부에서 광고 내용이 보이면 불법입니다. 현재 국내엔 담배 판매점이 모두 12만 3천여곳이 있는데, 그 중 편의점만 3만 곳 정도입니다. 담배광고는 편의점에 집중돼 있습니다. 혹시 편의점 앞을 지나가다 한 번이라도 편의점 바깥에서 안쪽의 담배광고를 보신 적이 있다면, 그 담배 광고는 불법인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담배 광고가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여과없이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샀다면, 계산대를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계산대 위나 뒤에는 담배 진열대가 있고, 그 주위로 LED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한 담배 광고들이 도배돼 있다시피 합니다. 최근엔 알록달록한 구슬광고까지 등장했고, 심지어 계산대 바닥도 담배 광고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편의점 이용 고객의 30.2%는 학생들입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살펴봤습니다. 입시 학원들이 몰려있는 대표적인 학원가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편의점 10곳을 조사했습니다. 담배광고가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발견됐습니다. 편의점 한 곳당 담배광고가 무려 6.4개나 설치돼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2013년 조사 결과와도 유사합니다. 당시 서울 강북구와 서대문, 영등포, 양천, 구로구의 중고등학교에서 2백미터 안에 있는 편의점 151곳을 조사했는데, 한 편의점당 담배광고가 평균 6.3개 걸려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게임장이나 문구점, 만화방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현행법상 담배 소매점으로 지정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학교 주변 편의점은 그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버젓이 담배를 팔고 있고 심지어 담배 광고까지 무차별적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가 노리는 대상은 비흡연 청소년과 여성층입니다. 맛이나 향 등을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겁니다. 흡연을 매력적인 일로 포장하고,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흡연자는 자유롭고 멋있다'라거나 '한번쯤 가져보고 싶은 기호품'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큽니다.

취재 도중 만난 고교생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교 앞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광고를 유심히 살펴보게 한 뒤 느낀 점을 물어봤습니다.

"문구랑 담뱃갑 그림이 신기하고, 그림도 알록달록 예쁘고...호기심으로 일단 사서 해보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담배에 말 사진 있고 호랑이 같은 거 있고,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문구에 20가지 캡슐 있다거나 맛이 다양하다고 한 게 기억에 남아요"


청소년들은 담배를 사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거나 교복 위에 외투를 입은 채 담배를 사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 학생은 3년 전 시작했던 담배를 끊었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피우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담배 광고에서) 맛이나 느낌이 다르다고 해서, 주변에서 그렇게 얘기하고. 사서 해 봤는데 괜찮아서 그 뒤로는 계속 담배 피고 있어요"

실제 청소년의 95%는 편의점 담배광고에 노출됐고, 12%는 광고를 보고 담배 구입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11.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또다른 조사에선 청소년의 98.4%가 편의점이나 잡지, 미디어 광고 등에서 담배광고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편의점 담배광고를 목격했을 때 흡연 가능성이 가장 높았습니다.(2014, 지역사회간호학회지)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한 평균 연령도 2005년 14.1세에서 2013년 13.5세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청소년 흡연이 위험한 건 의학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19세 이전에 흡연을 하면 25세 이후에 흡연을 한 사람보다 니코틴 의존성이 11배나 높았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 이 기사는 3월 10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