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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반도 외교를 둘러싼 시곗바늘이 분주히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이 한자리에 모이면서부터입니다.

비슷한 시각, 중국 샤먼에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만났습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거의 동시에 우리 정부와 의견을 나눈 셈인데요.

이미 지난달 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거친 설전을 벌였던 두 나라는 이날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이어갔습니다.

우선 미국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후 언론 성명을 내고, "3국 실장이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를 포함한 공동의 우려 사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인도·태평양 문제'는 곧 중국을 의미합니다. 국제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90%가량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입니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의식한 듯, 한중 외교부 고위 당국자 간 전략대화와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2+2 대화')를 상반기 안에 추진하기로 한국과 합의했습니다.

한중 '2+2' 대화는 사드 사태 이후 6년째 중단된 상태인데요. 지난달 방한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겨냥해 고강도 비판을 쏟아낸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좌),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두 나라는 한반도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도 견해차를 보였습니다.

먼저 미국입니다. 미 백악관은 "3국 안보실장들이 3자 간 조율된 협력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동맹과의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 익히 알려진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입니다.

그런데 이번 성명에는 "3국 안보실장들이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imperative)이라는 데도 동의했다"는 말도 포함됐습니다.

지난달 31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향해 미국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에도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줘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관련국 협의를 통한 다자주의적 해법을 선호하는 미국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미국을 다녀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왕이 부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모두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한반도의 봄'을 이끈 주역으로 꼽힙니다. 회의 후 두 사람이 강조한 것도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는데요.

구체적인 발언은 이렇습니다. 서훈 실장은 회의 후 특파원들을 만나 한미일 3국이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보도자료에서는 한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그런데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 내용, 백악관 언론 성명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핵확산을 방지하고 한반도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자는 내용만 있을 뿐입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내용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중국 측이 재차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이런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국 측이 강조한 백신 협력 관련 내용은 우리 자료에 빠져 있습니다. 사드 배치가 부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대해서도 우리는 해제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지속해서 소통하자'고만 답해 온도 차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같은 날 열린 두 회의를 두고, 각각 '정부의 기대가 빗나갔다', '중국이 일방적 발표를 했다'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외교부도 오늘(5일) 부연 설명에 나섰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먼저 시진핑 방한 관련 내용이 우리 측 자료에만 담긴 건, "국내적 관심이 높다는 인식에 따라 보도자료에 포함한 것"이라며 "중국은 같은 공감대를 재확인한 내용이라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측 자료에만 담긴 백신 협력이나 건강코드 상호인증 등의 이야기는 "원칙적인 수준의 협력과 소통에 대한 언급"이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한국의 역할을 당부한 게 이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의 시각에서는 대화 재개를 지지하고 남북관계 개선 역할을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하는 것이 낯설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협의 내용 가운데 한반도 관련 비중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선 "발표 분량이야 짧지만, 이견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정세 평가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 각자 관련국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견인해나갈지에 대한 상당히 충분한, 장시간에 걸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날 회의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두 개의 회의에 동시에 참석한 것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한국의 대북정책을 주변국들에 설명하고, 주변국들과 함께하는 대북정책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 맥을 같이 하도록 마지막까지 소통과 확인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당부를 잊지 않았는데요.

대북정책을 막바지 검토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대북 관여에 나설 때, "한미일 합작품에 의한 대중포위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양 교수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