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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민국에 살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격권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은 얼마나 될 까요?

올해 정부가 인정한 기초생활 수급자 1인 가구 한 달 생계급여는 50만 1632원인데요.

과연 인간다운 생활과 자립을 꿈꿀 수 있는 액수일까요?

강푸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문을 열면 앞 방과 맞닿을 것 같은 쪽방촌.

이 복도 중간, 한 평 반 넓이의 좁은 방이 64살 유영기씨의 집입니다.

쌀 한 봉지, 잡곡 한 통이 유 씨가 사다놓은 유일한 식재료입니다.

그나마 그거라도 아껴 보려고 점심은 봉사단체를 찾습니다.

[유영기/서울시 용산구 : "잔치 국수 해서 주면 그거 한 그릇 먹고 점심은 때우는 거죠."]

이렇게 아껴서 한 달에 쓴 식비가 5만 8천 원.

월세, 관리비, 교통비.

그나마 유 씨가 본인의 의지대로 줄일 수 있는 건 밥 값 뿐입니다.

식사가 부실하다 보니 병이 찾아왔고, 그러다 보니 안 들던 치료비에다 또 일자리 까지 잃었습니다.

[유영기/서울시 용산구 : "이 약만 끊어지면 가서 일하고 싶죠. 그래야만 단 몇 푼이라도, 하다못해 한 5만원이라도 나오니까."]

심장병과 뇌질환을 앓는 이웃 주민 김 모씨는 매일 알약 5종류를 삼킵니다.

기초 수급이 소득의 전부라, 급여가 오르면 제일 먼저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소원입니다.

[김○○/서울시 용산구/음성변조 : "고기 같은 것도 좀 사먹고, 반찬 같은 것도 갖춰 먹고 싶고. 여지껏 못 먹고 살았기 때문에."]

전국 기초수급자 서른 가구의 두 달치 가계부를 분석해 보니, 한달 평균 적자가 17만 3천원.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만성질환이나 장애, 고령으로 구직이 쉽지 않아, 일을 해서 자립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 현행 수급자 제도는 근로 소득이 있으면 급여액이 줄거나 수급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기피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습니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약간의 근로 소득이 있어도 수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기초수급자 제도.

수급자 제도가 오히려 절대 빈곤의 늪에 수급자들을 빠트려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 볼 때입니다.

KBS 뉴스 강푸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