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울린 12명의 사인(死因)…“이들 죽음, 어떻게 해야 하나?”_빙고 결과 건강 캡 드 바레토스_krvip

국감장에 울린 12명의 사인(死因)…“이들 죽음, 어떻게 해야 하나?”_케니 포커 플레이어_krvip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9월 7일 목공 작업 중 추락 사망. 9월 7일 대차에 끼임 사망. 9월 7일 보일러 배관 깔림 사망. 9월 7일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오늘(4일) 국회 운영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 산업재해로 숨진 사람이 120명이 넘는다며, 한 명 한 명의 사망 원인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들의 사고를 말하다,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미처 다 읽지 못한 70명의 죽음…노영민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강 의원이 한동안 침묵하자, 사회를 보던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잠시 시간을 멈춰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의 "물 한 잔 드시고 하실래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강 의원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사인(死因)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9월 10일 발전사 낙하 스크루 타격 사망. 9월 10일 작업 중 나무에 깔림 사망. 9월 11일 보수 공사 중 현장 추락 사망. 9월 11일 조명 교체 차량 전도 사망. 9월 12일 추락 사망. 9월 14일 상판 깔림 사망. 9월 16일 신축 공사 건물 외부 추락 사망. 9월 16일 방화벽체 빔 끼임 사망……."


두 번째로 말문이 막히자, 강 의원은 잠시 침묵 뒤 "이렇게 매일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차마 계속 읊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노 비서실장에게 "오늘 70여 명의 노동자의 사망 이유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 20명도 읽지 못했다"라며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이행 점검이 안 되고 있다며, 정부가 가지고 있는 방안이 있냐고도 말했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3대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국정 과제로 삼아 상당히 노력을 견지해 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논의 멈춘 중대재해기업처벌법…민주당은 '산안법' 개정 가닥

강 의원이 국감장에서 이런 내용을 밝힌 이유는 뭘까요?

정의당 원내대표인 강 의원이 지난 6월, 정의당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뒤, 정의당 의원들은 지난 9월 7일부터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매일 국회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이 39일차 입니다. 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려던 의도로 파악됩니다.

[사진 출처 : 정의당]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엄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징역형의 경우 최소 3년이라는 하한선을 뒀습니다. 또 지금까지 산업 재해 책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게 이뤄져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았으니 양형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를 두자는 방안과, 중대 과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하자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법안 논의와 통과를 위해선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입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민주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준비하는 법안과는 별개로, 민주당 지도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아닌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산안법에 규정된 중대재해와는 별개로, 다중이용시설이나 산업재해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다중인명피해'를 따로 정의해서, 이와 관련한 강한 처벌 조항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은 대부분 '산업 재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이미 지난 6월 노동부와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당시 노동부는 4월에 있었던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건설 현장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때 법무부는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만들어, 산업재해가 발생해 한 번에 많은 노동자가 숨지면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부도 산안법을 개정해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했고요. 이런 내용을 반영해 산안법을 개정하자는 겁니다.


앞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KBS에 "산안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법무부에서 다중인명피해 사업장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고, 대개 산업 안전에 대한 내용이어서 별개 법을 만들 필요 없이 산안법으로 규정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면 기존 산안법에 이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이중 처벌 우려가 있다는 점을 민주당 지도부가 고려한 것이기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보다 조만간 정부가 제출하게 될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데, 줄곧 별도의 법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온 정의당의 큰 반발이 예상됩니다.

다섯달 전, 정의당이 제출한 법안은 국회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된 이후 다른 현안들에 밀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오늘 강은미 의원의 질의 동안 국정감사장 분위기는 숙연했습니다.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그리고 청와대조차도 산재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어떤 답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의당은 국회 내, 그리고 국회 밖의 관심 환기를 위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