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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1년 7월 8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 김주영 기자 kjyong@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김주영 기자: 결혼식 시간이 임박할수록 식장입구는 어수선하고 분주해집니다. 하객들은 먼저 돈봉투를 건네고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는데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 또는 혼주와 인사를 나눕니다. 그러나 결혼식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식이 채 끝나기 전에 빈자리가 늘어갑니다. *결혼식 하객: '지금같이 식사하는 피로연 있잖아요 식은 참여하지 않고 바로 식사나 하고 간다든가 돈봉투도 대신 한다든가 너무 형식적인게 많드라구요' *김주영 기자: 이 하객도 결혼식 도중 황급히 예식장을 떠납니다. *결혼식 하객: (왜 벌써 가세요?) '다른데 또 롯데월드에 있어서...' (그럼 오늘 두건?) '예 하나는 직장쪽 하나는 친구쪽 해서..' *김주영 기자: 결혼식이 계속되는 동안 축의금접수대에선 봉투가 몇개 들어왔는지 또 돈은 얼마나 들어있는지 계산하느라 바쁩니다. 이렇게 어수선하게 식을 올려도 결혼식 비용은 간단치 않습니다. 호텔급 결혼식장의 경우 3천만원을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웨딩업체 관계자: '5백명 기준으로 하면 일인당 5-6만원 총비용은 3천에서 3천5백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에따른 부대 비용이 있는데 그것은 개인의 어떤 사회적 지휘나 명성에 따라서 겨격은 500에서 천만원까지 상한가...' *김주영 기자: 주부 윤순희씨는 지난 주말 결혼식과 팔순잔치에 연달아 참석해 각각 3만원씩이 든 봉투를 내고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번에 3만원에서 많게는 십만원씩, 한달에 예닐곱번 경조사를 챙기고 있습니다. *윤순희(서울 아현동): '내 경조사에 안 온사람은 3만원 온사람은 5만원 친한 사람은 십만원은 내야죠' *김주영 기자: 윤씨가 내보인 수첩에는 올들어 낸 부조금 내역과 받은 사람의 주소까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웃주민 사회활동과 관련된 사람, 친척 친구들의 경조사 등 부조금을 낸 회수가 삼십여 차례, 액수는 벌써 백 2십만원이 넘습니다. 남편이 별도로 내는 돈을 더하면 매달 삼십만원꼴로 부조금이 나간다고 밝힙니다. *윤순희(서울 아현동): '살림해야지 애 교육시켜야지 얼마나 부담이 된다고 근데 안할 수 없지 청첩장 왔는데 안가면 그 사람 대하기가 쑥스러워서' *김주영 기자: 약품 유통업체를 경영하는 임경환 사장, 거래처 유지등 아무래도 직업상 경조사를 많이 챙기는 편입니다. 사장의 판공비로 처리한 경조사비는 지난해 686만원이었습니다. 봉투에 5만원 이상 넣을때는 세금처리문제로 개인돈을 보태고 있습니다. *임경환(약품유통회사 사장): '한달에 개인돈 3,4십만원 정도는 따로 나가죠.' *김주영 기자: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런 문화가 바뀔지에 대해선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임경환(약품유통회사 사장): '미국에서 보니 교회에서 단출하게 합디다 그러나 우리 풍습이 오래 내려온 관례니까 정으로 주고 받는 것 아니냐 하는 걸로 넘기죠' *김주영 기자: 돈봉투 주고받기가 핵심이 돼버린 경조사 문화는 청첩장 보내기부터 시작됩니다. 청첩장을 수천장 찍어 발송해달라면서 어디서 구했는지 주소록까지 건네받을때는 인쇄업자들도 놀라고 있습니다. *곽연식(청첩장 인쇄회사): '가장 평범하게 주문 많은 것이 3백에서 4백매 정도구요 많이 하는 분들은 3천매 이상도 일년에 몇 명 있고 2천매 이상은 한달에 네다섯명 정도 있어요' *김주영 기자: 일부 고위 공직자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겐 부조금이 재산증식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모씨는 장관시절 자녀결혼식때 받은 축의금 5천 9백만원을 재산증가액 신고에 포함시켜 화제가 됐습니다. 또 서울의 한 세무서는 국회의원의 딸 결혼식때 억대의 축의금이 들어왔고 이 돈이 바로 딸에게 건네진 사실이 확인되자 1억 천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의윈의 딸은 증여세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세무서에 승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익섭 (서울 마포세무서 과장): '축의금은 혼주귀속으로 봐서 자녀에게 줄 때 3천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증여로 보게 되는 것이다' *김주영 기자: 호화 결혼식과 과도한 부조금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1급이상 공직자들의 경우 축의금 조의금접수를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공직자들 사이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유정기(행정자치부 복무조사과장): '고지도 못하고 축조의금 받지도 못하고 이렇게 하니까 이때까지 자기는 다 내고 자기는 못받고 이렇게 되니 특히 애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엔 작고 실속있는 결혼식 바람도 불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윤재훈씨와 장효정씨는 경실련의 알뜰 결혼 모델에 맞춰 하객을 가급적 줄이고 거품도 뺀 결혼식을 준비했습니다. 결혼 예식은 웨딩드레스 대신 전통의상을 입는 궁중 혼례입니다. *장효정씨: '웨딩드레스 미련은 없었고 처음 계획짤때부터 전통혼례 괜찮겠다 싶어서 궁중혼례 하게 됐다' *김주영 기자: 보통의 예식장 결혼식과 달리 분위기도 산만하지 않습니다. 윤씨 커플은 궁중혼례를 준비하는데 80만원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보통 결혼식에 비하면 많이 줄인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비디오 촬영은 친구들에게 부탁했고 결혼반지는 간단한 커플링으로 대신했습니다. *윤재훈씨: '식 관련해서는 친구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뺏고 그래서 경비가 절반 정도 절감이 된 것 같구요' *김주영 기자: 윤씨네는 예물과 예식 비용등 대부분의 절차에서 경실련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약혼식 함들이 생략, 예물100 예단80만 예식 78만 사진45만 신혼여행 100만 경실련 비용 403만원 윤씨커플 4백만원 지출) 그러나 식사비 만큼은 권장비용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하객이 2백여명이니 3백만원은 든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경실련 100만원 윤씨커플 3백만원) *윤재훈씨: '식대가 좀 싸면 오시는 분들 축의금도 줄일 수 있을텐데 보통 일인당 만4천원내지 만5천원 정도 하니까 그런 부분도 부담이 되는 것 같구요' *김주영 기자: 지난해 결혼한 강석대씨 부부도 알뜰하고 실속있게 혼례를 치렀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강씨 부부는 시계도 실용적인 것으로 장만하는 등 예물에 들어간 돈은 70만원에 그쳤습니다. 또 예식비와 사진촬영비로 백50만원을 지출하는 등 살림장만비용을 빼면 양측에서 550만원을 쓴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강석대씨: '주위를 보니까 예단이나 그런것도 주면 싸움 많이 되드라구요 부모님에게 말씀드려 그런 것 생략했어요' *우경임씨: '약혼식 안했구요 반지는 14K로 하고...' *김주영 기자: 그러나 이 항목에도 하객들의 식사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손님을 초청하고 접대하는 것은 부모들의 몫이고 5백만원 정도인 식사비는 당일날 축의금으로 충당한 탓입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결과 집과 살림장만 비용을 제외한 신혼부부들의 평균 결혼비용은 지난해 2천 백2십만원, 신랑 신부의 예단비용이 578만원, 예물이 5백만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신혼부부의 60% 이상이 예물과 예단을 거품이라 여기면서도 없애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비용이 623만원으로 역시 가장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 식사비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사장): '한쌍이 결혼할 때 평균 천6백만원 정도 걷히는 것 같아요 그 비용을 피로연 비용과 신랑신부의 신혼 여행비등 부대비용으로 쓴다' *김주영 기자: 지난 2일, 서울에서는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100인 선언식 이 열렸습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 봉두완 적십자사 부총재 이세중전 변협회장등 참석자들은 청첩장 남발하지 않기 가급적 화환 축의금 사절하기 하객을 각각 백명이내로 한정하기 등 실천방안들을 행동에 옮길 것을 선언했습니다. *현장녹취: '호화결혼에는 주례를 맡지 않으며 축하객 참석하는 것도 가급적 자제할 것이다' *손봉호(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통체응은 물론 사회에 위화감 조성해온게 사실이다 아무리 고치려해도 안돼서 지도층이 모범보이고 선언을 통해서라도 바꿔보려고 한다.' *김주영 기자: 한양대 사학과의 임계순 교수도 지도층 백인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미 아들 결혼식을 치를때부터 체면치레 대신 마음으로 축하를 주고 받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축의금은 일절 받지 않았고 양쪽 가족 각각 스물 다섯명등 모두 일흔명이 혼례를 지켜보며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임계순(한양대 사학과 교수): '친척 25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고 바쁘지 않은 분들로 선정했고 그냥 저녁식사인줄 알고 왔다가 깜짝 놀란 분도 계셨다' *김주영 기자: 임교수는 결혼식은 요란스럽고 떠들썩하기보다 가장 엄숙해야 할 의식일 뿐 아니라 지도층 인사들이 혼사를 치르며 사방에 청첩장을 돌리고 축의금을 받는 것 자체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단정합니다. *임계순(한양대 사학과 교수) : '남에게 피해를 안주고 화려하게 한다고 누가 뭐라겠나 그러나 자기과시를 한다든지 어떻게 보면 뇌물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이게 문제다' *김주영 기자: 축부의금 안받기 운동까지 이웃과 친지들끼리 함께 슬퍼하고 기뻐했던 미풍양속이 심지어 장삿속으로 변질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성구(축부의금 안받기 운동본부 대표): '막상 경조사를 치르고 나면 많으오면 많을수록 돈이 남는 그런 모양새가 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꾸 결혼식 규모가 커진다 이런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김주영 기자: 서울시 의원인 이씨 스스로도 지역구민들의 경조사를 외면할 수 없어서 돈봉투대신 작은선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조사때의 부조관행이 쉽게 근절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입니다. 일생에 한번인 결혼식인데 기왕이면 보다 화려하게 식을 치르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심입니다. 그러나 체면만 생각하다 엄숙한 결혼의 의미가 망각됐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진정 마음으로 새출발을 축하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작은 결혼식에 더욱 값진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