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받는 문재인 정부 ‘집값 통계’…조작? 보정?_포커 플레이어에게 좋은 아침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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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선 표심 가른 주요 원인 '부동산 정책 실패'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주요한 이유로 여론조사 결과, 연구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목한다.

지난 1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 기간 동안 제기된 이슈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안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였다. 응답자 1,515명 가운데 가장 많은 31.1%가 부동산 정책 실패가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라고 답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부동산 잡았다" .. 뜨악했던 여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적어도 집권 3년 차까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9년 11월 19일 이뤄진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다"라고 언급했다.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감정원 통계로 11%가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급등하는 집값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국민들의 체감도와 극명하게 엇갈린 인식이었다. 정부의 시각과 시장의 현실이 괴리되다 보니 현실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세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집권 3년 차까지 대부분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 왔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2018년 9·13대책 이후 그해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하락했다.

'32주 연속 하락'이라는 주간 동향 수치는 김현미 전 장관 역시 자주 인용했고, 정부 보도자료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었다. 당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 관료들은 '32주 연속 하락'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겼다.


■ 감정원 통계 내세운 정부 vs 실거래가에 좌절한 국민

집값을 잡았다는 당시 정부의 주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주간동향(아파트)을 보면 누적상승률은 19.86%에 불과하다. 반면 실거래가 지수(아파트)의 상승률은 43.82%에 달한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상승률은 43%였는데, 전임 정부는 19%밖에 안 올랐다고 응답한 셈이다. 조사 방식과 표본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동일한 시장을 지수 개념으로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


실거래와 동향조사가 아예 반대로 움직인 기간도 있다. 2018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19년 3월 바닥을 찍은 뒤 4월부터 6월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지수는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 계속 떨어지며 실거래가 지수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집권 4년 차 들어 정부도 조금씩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일부 인정하고 공급 확대 등 정책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을 끌 시기를 한참 놓친 뒤였다. 무주택자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좌절했고, 유주택자들은 높아진 세금에 불만을 표출했다.

부동산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어떤 통계와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참모와 관료들의 잘못된 보고로 인해 대통령이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집값 통계 의구심 높아지는데.. 덩치 더 키운 부동산원

'정부 통계'가 이상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비판을 받을수록 역설적으로 부동산원의 정부 내 위상은 올라갔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12월 한국부동산원으로 개명하면서 국가 부동산 정책의 집행자를 자처했다.

당시 부동산원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부동산 가격 공시와 통계뿐만 아니라 조사와 관리까지 맡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권(민주당)에서는 부동산원에 부동산시장의 금융감독원 같은 '부동산감독원'의 역할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숫자로 봐도 2017년 884명이었던 부동산원의 임직원 수는 2022년 현재 1,189명까지 늘었다. 정부 지원금 역시 2017년 1,427억 원에서 2022년 1,989억 원 규모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와 부동산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니겠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까지는 이미 주지의 사실과 정황이다. 이제 감사원은 당시 이해관계의 수준을 넘어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짬짜미로 직접 통계 숫자에 손을 대는 위법행위까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 인위적 수정이냐, 관행적 보정이냐

감사원은 포렌식 조사도 동원했는데, 실무자들에게서 의도적 조작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는 기류이다. 실제로 인위적인 수정이 있었다면, 어디가 취약한 부분인지 살펴봤다.

주택동향조사는 부동산원 소속 조사원이 조사대상 주택(조사 표본)의 실거래 가격이나 거래사례 요인 비교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여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거래가 없을 때는 매물가격이나 협약이 체결된 공인중개사에서 제공하는 시세를 참고해 거래 가능 가격을 판단한다.

월간 조사와 주간 조사의 표본이 다른데 월간조사는 전국의 아파트와 연립, 단독주택을 모두 포함해 46,170호, 주간 조사는 아파트만 32,000호이다.

전국 30개 지사에서 300여 명의 조사원이 현장을 돌며 가격 조사를 담당한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조사원에게 일괄적인 지시나 지침을 내려 입력되는 가격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사원이 입력한 가격은 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를 통해 취합되고 분석된다. 여기서부터 관리자 수가 확 줄어든다. 취합된 수만 개의 가격정보를 10명 남짓한 소수가 다룬다. 그만큼 외부의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

표본주택 가운데 조사 기간 동안 실거래가 발생하지 않은 주택은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보정'이 사실상 필수적 절차란 얘기다. '보정'은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의 개입도 '보정'으로 포장될 경우 구분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의 전직 고위 관료는 "모든 통계라는 게 마사지가 가능한 영역이 있고, 불가능한 영역이 있는데 원자료에 대한 해석이나 보정은 가능하지만, 원자료 자체에 대한 수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적 조작(manipulation)은 의도하지 않게 표본 설계 등이 잘못된 경우와 의도적으로 숫자를 조작한 경우 모두에 해당된다"면서 "결국 보정 과정에서 자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실무진 디지털 포렌식 완료.. 감사 결과 내년 초 공개 예상

결국, 감사원 감사로 불거진 '통계조작 논란'은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수정'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관행적인 보정'의 중간지대 어딘가에 실체적 진실이 걸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부동산원 조사원이 생산해서 현장조사 앱을 통해 입력한 원자료와 취합된 자료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자의적 수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려면, '윗선'의 수정 지시가 증거로 남아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렌식' 조사 결과가 결정적인 이유다.

감사원은 이미 당시 국토부와 부동산원 실무진의 업무용 컴퓨터를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완료한 상태다. 숫자로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감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